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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다자] Auberge de la saison : 夏

* 율라피(@wiya_Ra)님과의 사계 테마 트윈합작 「계절의 여관」입니다.* 다자이 생일 때 썼던 조각글 중 하나에 살을 붙인 글. * 봄 https://rawi-pon.postype.com/post/1329543 (w.율라피)* 가을 http://right-dayo.tistory.com/15 (w.라덕)* 겨울 https://rawi-pon.postype.com/post/1329637 (w.율라피) 톡. 토독. 창문에 계속 뭔가가 부딪히는 소리에 잠의 바다에 잠겨있던 의식이 떠오른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려 멍하니 창문을 바라봤다. 비가 오는 모양이다. 으으응-. 얼굴에 닿는 부드러운 시트의 감촉이 좋아 볼을 부비면서 나른하게 기지개를 켜면, 저절로 흐흥 하고 만족스러운 웃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

츄다자/단편 2017.12.31

[츄다자] 손에 관하여

*14~5살쯤의 두 사람. 구토 소재 주의.(+이 글을 썼을 당시는 극장판이 나오기 전이라, 원작 설정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나카하라 츄야는 다자이 오사무의 손을 좋아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재수 없는 놈이라 생각했고 여전히 그 생각에 변함은 없지만, 이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손등의 툭 튀어나온 뼈가 도드라져 보이는 마르고 가는 손. 이상하게 자꾸 눈길을 멈추게 되는 그 손은 여리 하다기 보다는 그냥 가늘다는 표현이 제일 들어 맞는다 생각했다. 곰곰이 생각에 빠지면서 턱을 쓸거나 머릿속을 정리할 때 무의식적으로 책상 위를 톡톡 두드리던 손가락을 가만 보고 있을 때가 참 많았다.그래서였을까. 함께 임무를 끝내고 돌아가는 어슴푸레한 새벽녘, 세상에 둘밖에 없는 것 같은 시간대엔 가끔씩 ..

츄다자/단편 2017.11.05

[츄다자/조각글] Trick or treat.

*트위터용 조각글 백업. 해피 할로윈! “Trick or treat! 과자를 주지 않으면……!” “옜다. 먹고 꺼져라.” 불쑥 놀라게 한 보람도 없이 츄야가 주머니에서 빨간 막대사탕을 꺼내서 다자이를 향해 툭 던진다. 작게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오는 사탕을 두 손으로 받으면서 불만을 담아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자, 츄야는 뭐 어쩌라고 하듯 마주 노려봐온다. 그 반응에 다자이는 보란 듯 입을 삐죽거리다가 사탕의 비닐 포장을 벗겨 입 안에 넣었다. 인공적인 딸기 맛이 입안에서 퍼져나간다. 의외로 나쁘지 않은 맛에 체리 맛 같은 게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흐응, 장난을 대비해서 사탕을 들고 다니는 마피아라니. 꼬맹이 간부님은 그렇게나 장난이 무서웠던 걸까~?” “쯧, 내가 들고 다니고 싶어서..

츄다자/단편 2017.11.05

[츄다자/조각글] 여름감기

*트위터 쪽에 올렸었던 조각글. 여름 감기에 호되게 걸려서 츄야한테 골골대는 다자이가 보고 싶었을 뿐인 글입니다. 목이 마르다. 갈증에 눈을 뜨자마자 흐릿한 시야 사이로 보이는 흰색 천장이 빙글빙글 돌며 나를 덮쳐왔다. 덕분에 밀려오는 어지럼증을 견디지 못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눈을 다시 내려 감는다. 손끝 하나 까딱하기도 힘들 만큼 온몸이 무겁고 나른하다. 이렇게 된 이유는 이미 나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아마도 감기나 그 비슷한 무언가겠지. 몸의 이상은 츄야와 마지막으로 임무를 다녀왔던 그날, 강에 한번 들어갔다 돌아왔던 저녁부터 느꼈었지만 당연히 무시했다. 그리고─ 바보 같게도 그 결과가 이거다. 누구씨가 보면 엄청 놀리겠지. 분명 스스로 침대에 몸을 둔 기억은 없는데 언제부터 누워 있었던 ..

츄다자/단편 2017.08.31

[츄다자/조각글] 뽀뽀하는것 뿐인 글

* 그냥 서로 쪽쪽 거리기만 할 뿐 별건 없는 조각글입니다. 너무 짧아서 트위터에만 올릴까 하다가 백업용으로 슝. 쪽.반사적으로 동그랗게 떠진 눈을 가만히 깜빡 감았다 떴다. 눈앞에서 일어난 일이 머릿속으로 제대로 흘러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 방금 입술 위에 뭔가 닿았다가 떨어진 것 같은데. 그건 뭐였어?그 감촉을 재차 확인해주듯, 멍청하게 살짝 벌어진 입술 위로 다시 한번 쪽 하고 무엇인가가 부드럽게 닿았다 떨어졌다. 연속해서 들리는 그 간지러운 소리가 귓가에서 떨어지질 않아, 귀를 벅벅 긁고 싶은 기분이 된 것은 덤이다. 엄청나게 바보 같아 보일 것 같지만 지금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츄야, 지금 뭐 한 거야?” “...네놈이 뽀뽀해줬으면 하는 얼굴을 하고 있길..

츄다자/단편 2017.06.06

[츄다자] 살아온 흔적

아, 이건 좀 생각보다 깊게 찔렸는데.발을 뗄 때마다 옆구리에서 조금씩 울컥울컥 피가 새어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상처를 보고 심하면 꿰매야 할지도 모르겠는걸. 발걸음을 최대한 빨리하면서 츄야는 혀를 쯧, 하고 찼다. 오랜만의 기습 공격이었다. 게다가 꽤 괜찮은 상대였지. 방금 전의 싸움을 생각하니 다시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에 츄야는 히죽 웃었다. 이능력이 아닌 순수하게 몸만을 써서 상대한 것은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사실 그래서 이런 상처를 달게 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싸움 자체에 후회는 없었다. 너덜너덜해지고 피투성이가 되는 싸움을 계속 해나가는 것은 자신이 언제나 바라던 바였으니까.지친 몸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근처에 자신이 사놓은 은신처가 하나 있다는 것 정도일까. 많이 사용하는 장소는 아니..

[츄다자] 불면

“......츄야. 왜 여기 있어? 오늘 휴가였잖아.” “아? 네놈이야말로 왜 여기 있냐?” 노크도 없이 벌컥 열린 문에 서류를 읽고 있던 츄야가 얼굴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들었다. 이렇게 예의 없이 구는 놈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딱 한 놈밖에 없다. 자신의 파트너이자 최근 유력한 간부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다자이 오사무. 눈앞에 있는 저놈 말이다. 하지만 이상하다. 분명 다자이는 지금 본부에 있을 리가 없는 상태였다. 간부로서의 역량을 시험해 보는 것처럼 최근 여기저기에서 굴려지고 있던 다자이는, 나흘전에 홀로 출장에 간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 정말 짜증나. 서로 안 맞는 사람이랑 파트너를 만들어놓고 쌍흑이니 뭐니 하면서 별명까지 붙여놓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제 와서 찢어놓는건 또 뭐냔 말이..

츄다자/단편 2017.05.27

[츄다자] 꽃은 피고 지고, 다시 피고

너의 몸에 피어나는 붉은 문양들은 한 무리의 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빨간 꽃들이 너를 전부 집어삼키기 전에, 내가 너를 구해줄게. “이제 쉬게나, 츄야.” 이 세상에서 너를 완벽하게 구해줄 수 있는 것은 나뿐이니까.비록 네가 들으면 자만이라 웃어넘길지라도. 오탁이 해제되고 뻗어버린 츄야의 옆에 옷을 잘 개어놓은 다자이가 손을 탁탁 털었다. 모자까지 주워다 주다니, 나 너무 상냥한 거 아냐? 평소 같으면 이때다 싶어 하면서 원반 던지기를 하듯 멀리 던져 버렸을 테지만, 오늘의 츄야는 상당히 수고했으니까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다자이에게 있어서 이 꼬맹이를 짊어지고 돌아갈 만한 의리는 전혀 없었다. 츄야는 작은 주제에 너무 무거우니까. 평소에도 무리인데 정신을 잃어 늘어진 상대를 들어..

[츄다자] 너의 모든 것이 싫다.

“생일 축하해, 츄야! 케이크! 여기 케이크가 왔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눈앞에 불쑥 들이밀어지는 흰 상자에 츄야는 반사적으로 반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까딱 잘못했다간 코를 부딪힐뻔했다. 작게 칫,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이건 분명 의도적이었다. 백 퍼센트 의도적이야. 설마 얼굴에 케이크를 상자 째로 뭉개버릴 생각이었냐. 이를 빠득 갈면서 눈앞의 인물을 강하게 노려보자, 보이는 것은 자기는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다는 듯이 능청스럽게 웃는 얼굴이다.다자이 오사무. 전 파트너이자 지금은 적대 세력에 있는 놈이 왜 여기까지, 그것도 케이크를, 이런 날에 들고 온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우리 사이에 축하? 축하아아? 미친 거 아냐?? “야, 꺼져.” “뭐야, 문전박대? 츄야 생일이라고 내가 이렇게 케..

[츄다자] 너의 체온

달이 예쁘네요. 하늘에 걸려있는 오늘따라 유난히 예뻐 보이는 달을 눈에 담으면서 누군가가 했던 유명한 말을 머릿속에서 떠올렸다. 예쁜 손톱 달이네. 까만 하늘에 손톱으로 쿡 하고 자국을 내놓은 것 같아. 이런 너무 평온하다 못해 태평한 생각과는 다르게, 다자이는 방금 전까지 입수 자살을 시도하다가 지금은 강물에 흐르는대로 몸을 맡기고 있던 중이었다. 둥실둥실 떠다니는 것을 누가 보면 자살이 아니라 단순히 물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 같다. 아, 밤이라 역시 조금은 춥네. 그렇다 해도 이대로 체온을 뺏겨 죽으려면 며칠 동안 떠있어야 할 판이다. 음, 물론 그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그전에 아마 쿠니키다군 한테 발견돼서 한대 맞고 일하러 가는 쪽이 더 빠르겠지... 그럴 바엔.몸을 일으켜 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