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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다자] 봄이 오고 있었다.

“다자이군 좀 수업에 제대로 나오게 해주세요.” 그 사람은 올해도 또 유급을 당할 생각인 건지. 저와 함께 졸업해주기만 해도 참 기쁘겠는데 말입니다. 걱정과 염려를 담아 쯧 하고 혀를 차며 말하는 안고를 보면서 예쁘게 말린 계란말이를 입에 집어넣던 츄야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걸 왜 나한테 말하는데?” “이런 얘기를 나카하라군에게 안 하면 누구에게 합니까?” 오히려 의아하다는 듯이 되묻는 안고의 반응에 츄야는 할 말이 없어졌다. 오다사쿠인지 뭔지 매번 그 놈이 애타게 찾는 선생 있잖아, 그 놈한테 말하던가. 하는 말은 이상하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 입에 가져다 댄 팩 주스랑 같이 쭉 삼켜버렸다. 하고 싶은 말은 다 마쳤으니 전 그럼 이만, 하고 등을 돌리는 안고는 정말 미련없이 딱 할 말만 하고 ..

[츄다자]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너에게.

모처럼 만의 휴가에 왜 이놈 얼굴을 보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은신처의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쥐고 있던 나이프를, 누군지 확인하자마자 그냥 그어 버렸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못 볼 걸 봤다는 표정을 짓는 나와 상반되게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을 본 것 처럼 다자이가 씨익 웃었다. 그러면서 아츠시 인지 뭔지 하는 꼬맹이한테 추천받고 보고 싶어져 빌려왔다며 손에 들고 있던 DVD 하나를 팔랑팔랑 흔든다.왜 굳이 여기까지 와서 그런 걸 보느냐 물으니 “내가 사는 기숙사 방엔 플레이어가 없고~ 츄야 방엔 있잖아~? 게다가 이렇게 훌륭한 홈 시어터라니, 내가 써주지 않으면 누가 쓰겠어. 츄야는 쓰지도 않으면서 이런 좋은 걸 썩혀두고, 너무 낭비야. 이래서 마피아라는 놈들은.” 하고 헛소리를 지껄여 ..

[츄다자]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아 최악. 정말 최악이야. 이대론 그냥 자살 만이 답인 것 같다. 강에 뛰어들면 언제부턴가 줄줄 흐르고 있던 이 눈물도 가려지겠지. 아무도 모르겠지만 내가 항상 입수 자살을 선호하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별도 달도 떠있지 않은 깜깜한 밤. 난 그대로 조용히, 아무것도 비추지 않으면서 흐르는 검은 강에, 이번에야말로 삼켜져서 다시는 떠오르지 않길 바라며 주저 없이 뛰어들었다. *** 우리가 자게 된 건 사고였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보인 광경에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을 짓던 츄야의 얼굴을 지금도 난 잊지 못한다. 평소 내가 귀찮은 짓을 벌였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표정이였지. 그런 츄야는 처음 봤기 때문에 겉으론 티내지 않았지만 내심 놀랐었다.하지만 뭐야, 따지면 순결을 뺏긴 쪽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