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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다자] 전력 60분 - 재촉

* 9월 1일에 참여했던 글의 백업입니다.* 분마요 탐정괴도 이벤트 일러스트를 보고 쓴 글이에요. 탐정님과 몰래 연애하던 옆집 꽃집 청년이 괴도?! 라는 설정이 너무너무 쓰고 싶어서 나온 스토리의 일부분입니다.(제멋대로 설정 붙이기의 결과물) 평소 즐겨 앉는 소파에 푹 기대앉아 고민에 빠진 지 거진 한 시간 째. 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밖의 거리도 조용해 벽시계의 초침 소리만 부산스레 탐정사무소 안을 채웠다. 그 소리에 맞춰 의미없이 의자의 팔걸이 부분을 손가락 끝으로 톡톡 두드린다. 이렇게 앉아 있어 봤자 다른 답은 나오지 않는다. 하나뿐인 답은 일찌감치 나와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츄야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이건 단지 회피 그 이상 이하도 안된다는 것 또한 말이다.그 기다란 몸을 깔아..

[츄다자] 술버릇

“사랑해.” 난데없이 들리는 나른한 한마디에 고개를 돌리면, 거기엔 터질 듯 발갛게 물든 얼굴을 한 츄야가 있었다. 음―. 다자이는 별다른 대꾸 없이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츄야를 상대하는 것보다 안주로 나온 카나페에 집중하는 쪽이 백배 천배는 유익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누군가는 이걸 보고 사랑 고백이 단칼에 거절당했다거나 나를 너무하다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오해라고 말하고 싶었다.지금 여기는 분위기 좋고 술이 맛있는 지하의 단골 술집이고, 츄야는 오늘 마시던 술이 지나치게 맛있었던 나머지 평소의 주량을 훌쩍 넘긴 상태였다. 즉, 저건 술주정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얘기다.정작 츄야는 다자이에게 무시당한 것은 문제도 되지 않는 모양인지, 다자이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피실피실 웃더니, 이내 바..

츄다자/단편 2019.08.11

[츄다자] 거품

“여름엔 역시 바다지.” 바다? 그건 언제든, 여름이 아니라도 사시사철 볼 수 있잖아. 요코하마는 항구도시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거야? 츄야는 이제 자기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까먹을 정도로 머리가 나빠진 걸까. 다자이가 그렇게 말하면 일상의 바다와 휴양지의 바다는 다른게 당연하지 않냐는 것이 츄야의 주장이었다. 언제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는 생활을 하고 있으니 비행기를 타고 먼 타국으로 갈 수는 없어도 요코하마가 아닌 바다를 보고 싶다고. 에엥~ 바다가 거기서 거기지. 츄야는 잊고 있는 것 같지만, 바다는 모두 하나로 이어져 있다구? 그러니까 우리는 어느 바다를 보든, 그 바다를 보고 있는 거야. 그리고 그렇게 보고 싶다면 혼자 가면 되는게 아닐까? 왜 나까지? 으응? 응~? 다자이가 열심히 그런 주장..

츄다자/단편 2019.08.11

[츄다자] 전력 60분 - 운명

* 6월 8일에 참여했던 글의 백업입니다. 아, 정말 지쳤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는 것은 이쪽일지도 몰라. 바닥에 주저앉은 채 위를 올려다보면, 짙은 안개 때문인지 하늘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요코하마는 이능력 때문에 시간의 흐름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이상한 공간이 된 지 오래였다. 하지만 해가 뜨고 아침이 오려면 정말 조금밖에 남지 않았겠지. 공간을 찢듯 크게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아츠시와 쿄카, 아쿠타가와가 힘내고 있다는 것은 잘 알 수 있었다. 다자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끝냈다. 이제 남은 것은 어떤 마지막이 오든 순순히 받아들이는 일뿐. 정말 끝일수도 있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이상하게도 굉장히 후련해졌다. 다자이는 자신의 무릎을 베고 뻗어있는 츄야의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츄다자] 전력 60분 - 불안함

*15세 내용이 있습니다~! 가끔 잠들지 못하는 밤이 있다. 이유는 알지만, 알아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니 혀를 차며 모르는 척한다.몸속의 피와 신경들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날뛰는 느낌이 들어 무심코 팔을, 목을, 가슴을 마구잡이로 쓸어내린다. 그리고 그럴 때면 항상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거리에서 생활할 때라면 모를까, 지금 츄야가 있는 곳은 보안이 철저한 포트마피아의 건물 안이다. 누군가가 몰래 지켜볼 수 있을 만한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하지만 정말 이상하게도 그렇게 느끼곤 했다.바람 소리를 귀신의 울음소리로 듣는다던가, 큰 나무의 그림자를 괴물로 착각하는 나이는 옛날에 지났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머리로는 멍청하고 꼴사납다고 생각하지만, 가슴 속의 ..

[츄다자] 전력 60분 - 데자뷰

* 3월 24일에 참여했던 글의 백업입니다. 열어놓은 창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계속 흩날리는 것이 귀찮은지 다자이는 술잔을 쥐지 않은 쪽 손으로 머리카락을 잡아 귀 뒤로 넘겼다. 그 덕에 예쁘게 드러난 옆얼굴을 츄야는 흘큼흘큼 곁눈질로 바라본다. 차라리 대놓고 보면 좋을 텐데 그러기엔 묘하게 창피했다. 어쩐지 이 장면, 이 순간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면서 골똘히 생각에 빠진다. 이게 바로 데자뷰라는 그런건가? 아니면 바로 지금이라고 운명의 신이라는 놈이 등을 떠미는 것일지도 모르지. “…우리 사귈까?” 그렇게 입 밖으로 나온 것은 꺼내고 나면 별것 없는, 굉장히 단순하고 간단한 문장이었다. 그런데도 뱉고 나니 손안에서 식은땀이 나고 입안이 바싹 말랐다. 말..

[츄다자] 전력 60분 - 경계

* 2월 23일에 참여했던 글의 백업입니다. 원래 이렇게 오래 남아있을 생각이 아니었다. 술자리에서 적당히 어울리다가 상사가 빠지는 쪽이 부하들에게도 편하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계속해서 여기저기에서 나카하라씨, 나카하라씨 하고 이름이 불려 마시다 보니 빠질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아마 최근 간부로 승진된 덕분일 테다. 츄야 자체는 이상할 정도로 크게 감흥이 없었지만 말이다.오히려 휘하 부하들이 감격하면서 부어라 마셔라 하고 있으니 저놈들은 뭐 하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역시 아끼는 부하들의 진심 어린 축하는 기뻤다. 덕분에 술도 시간도 예상했던 것보다 과해져, 배웅을 뿌리치고 비틀비틀 걸어 돌아가던 도중에 결국 길가에 주저앉았다. 열이 오른 얼굴을 손바닥으로 거칠게 훑어도 알딸딸함은 쉬이 가시지 않는다..

츄다자 단편집 「세상이 부서져 내릴 때」 샘플

*1월 12일에 열리는 문호 스트레이독스 통합 온리전 에 판매 예정인 츄다자 단편집 샘플입니다. 샘플 상에선 (아슬아슬하게)전연령 부분만 있지만 성인본입니다. ▼샘플 페이지 (제목을 눌러주세요)▼소란스러우면서도 조용한 밤이었다. 안개가 마을을 감싸, 모든것을 없앴다. 사람도, 소리도, 시야도, 활발히 살아 움직이는 것은 이능력들뿐. 방금까지 한바탕 소란스럽게 날뛰던 이세계(異世界)생물도 사라져, 안개와 함께 고요가 도시를 지배하고 있었다. 이것도 물론 잠깐의 일이겠지만. “손가락 하나…까딱할 힘도…없어….” 인간 같지 않은 힘을 보이고 자신의 범위 안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던 작은 꼬마가 눈앞에서 꼬꾸라졌다. 다리 사이에서 의식을 잃고 있는 츄야의 곱슬하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가만 쓰다듬고 있자니 후후..

[츄다자] 오늘, 같이.

* 12월 23일에 열렸던 츄다자 교류회에 오셨던 분들께 드렸던 원고예요. * 크리스마스 주제로 썼었기 때문에 날짜에 맞춰 공개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공개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어디선가 크리스마스 캐럴의 멜로디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짤랑짤랑 탬버린 소리와 템포가 빠른, 몸을 들썩이게 하는 리듬. 집중력이 확실히 흐트러지긴 한 모양이다. 다자이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뻑뻑해진 눈꺼풀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매년 이맘때면 어디를 가든 흘러나오는 노래라서 그런지 이상하게 캐럴만 들으면 한해의 끝이 불쑥 곁으로 다가온 느낌이 들었다. 크리스마스, 앞으로 며칠이나 남았더라. 감흥 없이 휴대전화의 폴더를 열어 화면을 보면 12월 25일이라는 날짜가 뚜렷하게 찍혀있었다. 깜박. 다시 한 번 눈을 감았다가 ..

츄다자/단편 2018.12.25

[츄다자] 언젠가의 그 새벽에.

*마폴님께 선물로 드렸던 글이에요:>*열다섯이나 열여섯쯤으로 생각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합니다...! “추워.” “굳이 여기까지 오겠다고 한 건 네놈이었잖아.” “그래도 추운 건 추운 거야.” 하아. 숨을 내뱉으면 옅은 입김이 하얗게 피어올랐다가 사라진다. 그것에 괜히 더 추워지는 기분이라 다자이는 어깨에 걸친 코트를 몸 안쪽으로 여몄다. 아직 추위가 오긴 이른 날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해가 뜨기 전의 새벽 자체를 얕본 모양이다.다자이는 주저앉아 무릎을 가슴 쪽으로 끌어안고는 하늘로 시선을 보냈다. 츄야도 옆에 선 채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먼지 같은 별들이 드문드문 희미하게 보이는 새까만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아직 날이 밝을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동이 트려면 멀었다. ‘갑자기 보고 싶은 게 생..

츄다자/단편 2018.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