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다자/단편

[츄다자/조각글] 뽀뽀하는것 뿐인 글

라덕 2017. 6. 6. 23:42

그냥 서로 쪽쪽 거리기만 할 뿐 별건 없는 조각글입니다. 

너무 짧아서 트위터에만 올릴까 하다가 백업용으로 슝.




쪽.

반사적으로 동그랗게 떠진 눈을 가만히 깜빡 감았다 떴다. 눈앞에서 일어난 일이 머릿속으로 제대로 흘러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 방금 입술 위에 뭔가 닿았다가 떨어진 것 같은데. 그건 뭐였어?

그 감촉을 재차 확인해주듯, 멍청하게 살짝 벌어진 입술 위로 다시 한번 쪽 하고 무엇인가가 부드럽게 닿았다 떨어졌다. 연속해서 들리는 그 간지러운 소리가 귓가에서 떨어지질 않아, 귀를 벅벅 긁고 싶은 기분이 된 것은 덤이다. 엄청나게 바보 같아 보일 것 같지만 지금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츄야, 지금 뭐 한 거야?”


“...네놈이 뽀뽀해줬으면 하는 얼굴을 하고 있길래.”


그렇게 대답하면서 츄야는 보고 있던 책으로 다시 시선을 돌린다. 상당히 심드렁하게 말하는 것치곤 귀 끝이 엄청 빨개지셨는데요. 나카하라 츄야씨. 그 모습을 보면서 낄낄 소리 내 웃고 싶어졌지만 지금 굳이 놀리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아서 관뒀다. 

드물게도 둘의 휴일이 겹친 주말 오후. 긴 소파의 끝과 끝에 자리를 잡고 누워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던 중이었다. 츄야는 책을 읽고, 나는 영화를 봤다. 몸을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엉켜 있는 다리가 스치는 것에 작은 웃음이 나는, 그런 오후였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이질적인 둘인데도 지금 이 순간 공유하는 것은 평화롭고 나른한 시간이다. 

그치만 키스도 아니고 뽀뽀하고 싶은 얼굴은 뭐야. 그게 어떤 얼굴인지도 모르겠지만 뽀뽀라는 단어의 풋풋함에 이상하게 심술이 난다. 아무래도 이대로 잠자코 있기엔 지는 기분이라 팔을 뻗어 츄야가 보고 있던 책을 뺏어 아무 데나 던져버렸다. 털썩하고 책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와 동시에 인상을 구긴 츄야가 눈을 맞춰온다. 흥, 먼저 건드린 건 내가 아니지 않나.


“나 뽀뽀하고 싶은데.”


툭 튀어나온 내 말에 츄야는 잠시 당황한 듯 눈을 헤매더니, 곧 가볍게 혀를 차면서 몸을 기울여왔다. 슬쩍 겹쳐진 입술은 촉촉 소리를 내면서 가볍게 몇 번 맞부딪히다 이내 깊게 파고 들어온다. 미끈거리는 혀가 서로 엉키는 느낌은 몇 번을 경험해도 익숙해지질 않았다. 츄야와의 키스는 온몸이 저릿해지는 감각들이 자잘한 소름과 함께 항상 따라와서 더욱 그랬다. 입천장 안쪽의 부드러운 살이 혀로 쓸어올려질 땐 나도 모르게 몸을 떨면서 신음같은 콧소리가 흘러나와, 참지 못하고 겹쳐져 있던 입술을 떨어트렸다. 입술 사이로 츕 하는 질척한 소리가 따라와서 이번엔 귀가 아니라 마음속 어딘가가 간질 해지는 것 같아졌다.


“후아...난 뽀뽀라고 그랬는데.”


“네놈도 순순히 입 벌리고 혀 넣었으면서 안 그런 척 하기냐.”


그렇게 말하고는 내 볼과 목덜미에 차례로 입술을 옮기는 츄야의 뒷머리를 끌어안으며 후후 웃었다. 미지근한 물 안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아. 서로 끌어안고 끌어안겨 있는 이 상황이 너무 나른해, 이대로 잠이 올 것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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