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다자/단편

[츄다자] 손에 관하여

라덕 2017. 11. 5. 21:22

*14~5살쯤의 두 사람. 구토 소재 주의.

(+이 글을 썼을 당시는 극장판이 나오기 전이라, 원작 설정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나카하라 츄야는 다자이 오사무의 손을 좋아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재수 없는 놈이라 생각했고 여전히  생각에 변함은 없지만, 이것만큼은 부정할  없었다

손등의  튀어나온 뼈가 도드라져 보이는 마르고 가는 . 이상하게 자꾸 눈길을 멈추게 되는  손은 여리 하다기 보다는 그냥 가늘다는 표현이 제일 들어 맞는다 생각했다. 곰곰이 생각에 빠지면서 턱을 쓸거나 머릿속을 정리할  무의식적으로 책상 위를 톡톡 두드리던 손가락을 가만 보고 있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였을까. 함께 임무를 끝내고 돌아가는 어슴푸레한 새벽녘, 세상에 둘밖에 없는  같은 시간대엔 가끔씩 손을 잡게 됐다. 시작은 츄야의 호기심에 의한 충동이었다. 손을 뻗어  가는 손가락에 제 것 얽는다는  행동 하나만으로도 잊고 살았던 온전한 무게가 느껴지는  신기하고 재미있었으니까

그리고, 안심이 됐던 것이다. 빠르게 단단해진 겉껍질과는 다르게 아직은 덜 여문 여린 알맹이가 힘들다고 앓고 있을 때, 다자이가 함께 있었다. 어느샌가부터 곁에 따라다니는 온기였고 있으나 없으나  낮은 체온이었으나 없는  보다 나을 때의 밤이 많았다. 손을 잡을 때면 다자이는 잡힌 손을 흘끗 보곤 아주 약간, 약간만 힘을 주어 맞잡아오곤 했다. 마치 츄야의 그런 생각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마음에 들지 않는 파트너의 그런 행동이 츄야에겐 꽤나 이상한 기분을 주곤 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 순간만큼은 어떤 무엇보다도 기뻤다괜히 멋쩍어져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만큼 말이다. 

잡은 손을 다자이가 뿌리치지 않는 것도, 그것을 맞잡아 주는 것도 신기했다. 하지만 손을 잡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아무 대화도 없이 걸어가는 것은 변하지 않았고 손을 놓고 나서는 서로가 그런 행동 자체가 없었던 것처럼 굴었다. 그래도 잡고 있던 온기와 감촉이 남아, 츄야는 괜히 빈손을  쥐게 되곤 했다.

그리고 츄야가 다자이의 손을 좋아하는 이유는 하나  있었다.


, ,웨엑….


 토하냐.”


, , 저리…, , 에에엑.”


꺼지라고 말할 생각이었던  같았지만 치밀어 오르는 토기에 말을 끝까지 내뱉지 못한다. 이미 안에 있는 것을  비워낸 속은 더는 게워낼 것이 없어 멀건 위액만 간헐적으로 쏟아내고 있었다. 가만히 문간에 기대서서 지켜보다가 짧게 한숨을 쉰.  복슬복슬한 머리통 안쪽은  무슨 생각이 그렇게 속을 뒤집어 놓을 만큼 발전해서 결국  밤중에 화장실로 뛰어들어가고야 마는 것인지, 츄야로써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주 있는 일이니 무시하면  것을 여기까지 찾아오게  것은 화장실에서 들리는 소리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원하는 만큼 게워내지 않으면 분명 언제까지고 저러고 있을 것을 그동안의 경험으로  안다.  새끼는 내장까지 쏟아낼 작정인 건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있다가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벌떡 일어났다.  상태론 잠이고 나발이고 무리다

그래, 이번에야말로 방을 따로 쓰게 해달라고 부탁해보자. 내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누님이든 수령이든 찾아가  해보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며 변기를 붙잡고 계속해서 켁켁 거리는 놈의 곁으로  오른손으론 식은땀에  젖은 목덜미를 잡고, 왼손으론 축축하게 벌어진 입안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면서 몰캉한 혀를 그대로 눌렀다. 반사적으로 다급하게 손목을 잡아오는 것을 무시하곤 가차 없이 목구멍 안쪽으로 손가락을 깊숙이 넣는다.


우에,,.”


뒤이어 걸쭉하고 미지근한 액체가 손을 타고 흘러내린다. 누군가는 더럽다 했겠지만 츄야에게  정도는 딱히 문제  것이 없었다. 다자이는 자의가 아닌 타의로 속을 비워낸 것이 해결법이었는지 색색 숨소리를 내면서 츄야의 손목을 붙잡은 손에 힘을 줬다. 이제 됐다는  이겠지.

손가락을 빼내자 비틀거리며 일어나 입안을 헹구고 세수를 하는 다자이를 보다가 츄야도 변기의 물을 내리곤 같이 서서 손을 씻었다.  자다가 억지로 깨워졌던 머릿속은 드디어 편히   있겠단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멍하니 손을 씻고 있는 츄야에게 다자이가 그대로 이마를  가슴에 기대면서 크게 숨을 들이 쉰다. 그러곤 얼굴에 묻은 물기를 그대로 츄야의 셔츠 앞부분에 문대기 시작했다.  행동에 츄야는 인상을 와작 구겼다, 이놈 성격상 토한 그대로 비벼오고도 남는데 그렇게까진 하지 않아 다행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힘들어….”


그렇게 게워대면 힘들만도 하지.”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다는  대꾸하자 동의하듯 후후 웃는듯한 숨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자빠져서 잠이나 . 기운  빼서 잠은  오겠네.”


신랄하게 내뱉는 말에 힘없이 그러네, 라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어째선지 우두커니 서서 움직이질 않는다.  말이 있는 눈치다.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눈앞에 있는 얼굴을 보고 있자 답지 않게 우물쭈물   빠끔거리던 입술이 작은 한숨과 함께 말을 내뱉었다.


그럼……. 오늘잡고 같이 자도 ?”


다른  많이 바라지도 않아. 그냥, 옆에 같이 누워서, 손만 잡아줘그걸로도 충분하다는  눈을 내리깔고 속삭인다.

평소 같으면 미쳤냐는 신랄한 소리가 바로 튀어나왔겠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 삶의 미련 따윈  톨도 없는 얼굴과는 달리, 놀랍게도 자신의 소매깃을 그러쥔 손아귀는 살아 남겠다는 의지가 넘쳐났었기 때문에. 꽉 쥐어 하얗게 된 손가락의 툭 튀어나온 뼈마디를 보면서 하고 싶은 말을 속으로 삼켰다.

 평소엔 아무것도 무서워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 주제에 지금은 뭐가 그렇게 무서워 눈도  마주치면서 떨고 있냐

화장실의 노란 백열등 불빛 아래에서 파드득 거리는 속눈썹의 그림자를 가만히 바라본다. 밑바닥에 들러붙어 있던 나약함을 고스란히 내비치고 있단 것을다자이는 과연 알고 있을까. 


그래.”


원하는 대답을 해주는 것은 단순히 약해진 것에 대한 연민이다. 그리고 얼마 쥐고 있지 않은 것들이 그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까 전전긍긍하는, 위에 쌓여 있던 것을 전부 밖으로 빼내야만 나타나는 본심에 대한……빌어먹을 사랑스러움이다.

여러가지 감정을 삼킨 목구멍이 뻑뻑하다고 생각하면서 츄야는 절대 놓지 않겠다  자신의 소매를  쥐고 있던 마른 손등 위로 손을 겹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