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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다자] 전력 60분 - 악몽

오늘따라 유난히 눈을 뜨기가 힘들다. 알 수 없는 어지러움증을 느끼며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리면 이미 온 방 안에 햇빛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이상하다. 분명 커튼이 쳐져 있었을텐데? 아니, 그것보다도 언제 집에 와 어떻게 침대에 누웠는지에 대한 기억이 츄야의 머릿속에 없었다. 얼굴에 닿는 푹신한 베개의 감촉 또한 이상하게 낯설었다. 뭔가, 이상해. 눈을 가늘게 뜨고 빛무리 사이를 날아다니는 먼지들을 바라보던 것도 잠시. 곧바로 몸을 긴장으로 굳혔다. 등 뒤에서 들릴 리가 없는, 자신의 것이 아닌 숨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누구냐. 침대가 흔들리지 않게 몸을 돌려 돌아보면, 익숙하지만 있을 수 없는 얼굴이 평온하게 잠들어 있었다. 절대 곁에서 잠들 일이 없는 파트너, 다자이 오사무의 얼굴이 말이다.――..

츄다자 단편집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바라보는 방법」 샘플

*9월 16일에 열리는 다자른 배포전 에 판매 예정인 츄다자 단편집 샘플입니다. 샘플 상에선 전연령 부분만 있지만 성인본입니다.*기본 쌍방 트루럽 지향입니다.(정말 서로 사랑하는 얘기밖에...없는 듯..........) 이런 류 못 보시는 분들은 구매 고려 해주세요.*2020년 2월 15일 추가 - 포스타입쪽에 유료발행 했습니다. 혹시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쪽에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유료발행 링크(붉은실부터) : https://right-dayo.postype.com/post/5606315구매자용 비밀번호 링크(붉은실부터) : https://right-dayo.postype.com/post/5584850 ▼샘플 페이지 (제목을 눌러주세요) 단풍잎같이 작은 손을 흔들며 순식간에 인파 사이로 사라..

[츄다자] 전력 60분 - 체취

“네놈은 정말 냄새가 잘 안 붙는 것 같아.” 문득, 어느 날의 츄야가 했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게 언제였더라. 잠입을 위해 건물 안으로 츄야 혼자 엄청나게 더러운 환기구를 기어갔을 때였나? 아니면 상대편이 밀수한 물건을 찾기 위해 별수 없이 쓰레기장을 뒤져야 했을 때? 상황 자체는 제대로 기억나지 않지만, 뚜렷하게 기억나는 것은 한가지 있었다. “정말? 그에 비해 츄야는 굉장한 냄새가 나네?” 네 특유의 체취 말이지.뒷말을 삼키고 놀리듯 말하면 츄야는 열 받는다는 듯이 나를 향해서 먼지를 털어냈다. 더러우니까 가까이 오지 말라고 꺅꺅거리면 츄야는 다음번엔 네놈이 하라고 길길이 날뛰었다. 난 물론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상사의 말은 절대적이라며 얄밉게 웃어 보였을 뿐이었지만.내가 츄야를 인식하는 수단..

[츄다자/조각글] 같이 술을 마시던 어느 날.

*트위터 쪽 조각글 백업 이유랄 것은 딱히 없었다. 술기운에 의한 치기일지도 모르지.그냥, 술에 젖어 반들하게 빛나 평소보다 혈색이 도는 입술의 맛이, 조금 궁금해졌을 뿐이었다.멱살을 잡고 끌어당긴 얼굴의 입술선을 혀로 느릿하게 핥다가 빨아들이면 눈앞에 있는 속눈썹이 간헐적으로 파드득 깜박이는 게 느껴졌다. 닿는 부분이 괜히 간질거린다. 아무리 이놈이라도 조금은 당황한 걸까. 그리 생각하니 조금 유쾌해지기 시작했다. 속에서 비집고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잡고 있던 멱살을 던지듯 놓았다. "또 존나 독한 거 마시고 있구만. 혀가 얼얼하네." "―츄야야 말로 좀 작작 마시면 어때? 나 포도 맛 질렸는데." "질리긴 개뿔. 그거 몇도짜리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지긋이 자신을 쳐다보는 다자이를 무시..

츄다자/단편 2018.08.15

[츄다자/조각글] 독

*트위터 쪽 조각글 백업 “―――. ” 너의 입 밖으로 나오는 말들은 매번 날아갈 듯 가벼운데도 이상하게 나를 무겁게 짓누른다. 그중에서도 특히, 나를 부르는 너의 목소리는 독이다. 내 이름을 부르는 네 목소리는 항상 나에게 달큼한 무언가를 억지로 삼키케 하는 것 같아.부드럽게 녹아내려 와 그대로 서서히 숨을 막아버리는 독은, 나를 살살 꼬여내듯 불러. 무시하려 해도 결국엔 돌아보게 해.그렇게 너와 눈이 마추지면, 덫에 걸린 먹이처럼 시선을 피하지도 목구멍 너머로 삼키게 되는 것이다. 계속해서 내 안으로 들어와 쌓이고 쌓여 이미 속은 망가질대로 망가졌는데도. 멀끔한 것은 번지르르한 껍데기 뿐이야.이런 나를 너는 몰라. 너는 나를 보면서 항상 위험하게 웃고만 있지. “―다자이.” 너는 내게 해로운 독이다,..

츄다자/단편 2018.08.15

[츄다자/조각글]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트위터쪽 조각글 백업 다리 위에서 우연히 마주친 오늘의 다자이 오사무는 평소보다 한층 더 기분 나쁘다. ─놈에게 자연적으론 절대 날 리가 없는 여자 향수 냄새가 풍겨왔기 때문이다. 조금 전까지 한바탕 신나게 놀다 왔나 보군. 부드럽고 향긋한 그 냄새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고 이질적으로 붕 떠올라,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재채기하듯 크게 숨을 내뱉었다. 그러자 놈은 의아하다는 듯 나와 눈을 맞춰온다. 고개 갸웃 거리지 마. 나한테 그런 짓 해도 하나도 안 귀여우니까. “어? 감기라도 걸렸어?” 걱정처럼 들리지만 느릿하게 즐겁다는 듯 말하는 이놈의 어투는 분명 걱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와아. 요새 감기가 독하다더니 츄야 같은 단순 바보한테도 감기에 걸리게 할 줄이야~!!” 역시나. 눈을 부릅뜨며 다자..

츄다자/단편 2018.08.15

[츄다자] 전력 60분 - 립스틱

* 6월 23일에 조각글로 참여했던 전력의 백업입니다. 어라.평소와는 다르게 조금 빨리 떨어진 입술에 아쉬움을 느끼며 다시 따라붙자, 거부하듯 츄야의 고개가 슬쩍 돌려진다. 무슨 일이지? 조금 차오른 숨을 고르면서 츄야의 얼굴을 가만 살피면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미간에 주름이 잡혀 있었다.뜻을 담아 살근하게 츄야의 팔을 쓸어보고 깍지도 껴보지만 구겨진 인상은 풀릴 줄을 몰랐다. 흐음, 대체 뭣 때문에 이렇게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졌을까. 이 단순 바보 민달팽이는 자기감정을 꽤 숨길 줄 모르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나오면 곤란해질 때도 종종 있었다. “왜에? 오늘 나랑 더는 키스하기 싫어?” 솔직히 지금은 좀 답답하네. 나는 츄야랑 키스, 더 많이 하고 싶으니까.결국 대답없이 ..

[츄다자] 전력 60분 - 방

*다자이 여체화(TS)주의! 오래된 먼지 냄새와 쿰쿰한 곰팡이냄새, 그리고 녹슨 쇠의 냄새. 날카롭게 뻗어 나가는 신경과 귀 안쪽으로 울리는 심장 소리가 머리를 아프게 한다. 조금만 늦었어도 밖에 있는 놈들과 마주쳐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을 상황이었다. 창고의 잡동사니들과 함께 구겨져 숨을 삼키고 밖의 기척을 살핀다. 부실한 나무문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언제 들킬지 모르는 긴장감에 목구멍이 바싹 마른다.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익숙한 체향이 콧속으로 훅 들어오는 것을 무시할 수 없어 츄야는 이를 악물며 고개를 돌렸다. 이렇게 가까이 있으면 뭐가 됐든 무리다. 존나 무리라고. 품 안의 몸으로 신경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당연한 본능인 것이다. 그렇게 누구에게 하는지도 모를 변명을 머릿속으로 애써 해야..

[츄다자] 전력 60분 - 술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원하던 것이 눈앞에 딱 떨어지는 날. 그럴 때면 내색하지는 않지만, 괜히 가슴 한구석 어딘가가 만족감으로 찌르르 울리는 것이다.그래, 지금처럼 말이지.신발을 벗으면서 방 안으로 들어오는 츄야를 아무 말 없이 가만 쳐다본다. 회색 티셔츠에 군데군데 찢어진 검은 스키니, 밑창이 약간 닳은 스니커. 매번 쓰는 모자는 여전히 빼놓지 않았지만, 평소와 다른 가벼운 차림에 저런 옷을 가지고 있었나 싶어 나도 모르게 눈을 가늘게 떴다. “츄야가 여기까지 오다니 무슨 일이야?” “아? 술을 마시고 싶다는 것 외에 또 다른 이유가 필요하냐?” 갑자기 눈앞에 내밀어 지는 비닐봉투를 무심코 건네받자마자 아래로 훅 떨어지는 무게에 으아 소리를 냈다. 뭐야, 난 츄야처럼 무식하게..

[츄다자] Auberge de la saison : 秋

* 율라피(@wiya_Ra)님과의 사계 테마 트윈합작「계절의 여관」입니다.* 엘리스에 대한 해석은 지극히 개인적이니 혹여 원작과 다른점이 있더라도 감안해주세요! * 봄 https://rawi-pon.postype.com/post/1329543 (w.율라피)* 여름 http://right-dayo.tistory.com/14 (w.라덕)* 겨울 https://rawi-pon.postype.com/post/1329637 (w.율라피) 초대장을 하나 받았다.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우편함을 문득 열어보고 싶어졌던 것이다. 여러 전단지와 받을 때를 지난 우편물이 뒤엉킨 사이에 자리 잡고 있던 붉은색 봉투는 확실히 특별했다. 빛바랜 것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색을 가진 그것을 조심스럽게 빼내곤 더는 볼일이 없다는 듯..

츄다자/단편 2017.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