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다자/단편

[츄다자/조각글] Trick or treat.

라덕 2017. 11. 5. 12:18

*트위터용 조각글 백업. 해피 할로윈!




“Trick or treat! 과자를 주지 않으면……!”


“옜다. 먹고 꺼져라.”


 불쑥 놀라게 한 보람도 없이 츄야가 주머니에서 빨간 막대사탕을 꺼내서 다자이를 향해 툭 던진다. 작게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오는 사탕을 두 손으로 받으면서 불만을 담아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자, 츄야는 뭐 어쩌라고 하듯 마주 노려봐온다.

 그 반응에 다자이는 보란 듯 입을 삐죽거리다가 사탕의 비닐 포장을 벗겨 입 안에 넣었다. 인공적인 딸기 맛이 입안에서 퍼져나간다. 의외로 나쁘지 않은 맛에 체리 맛 같은 게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흐응, 장난을 대비해서 사탕을 들고 다니는 마피아라니. 꼬맹이 간부님은 그렇게나 장난이 무서웠던 걸까~?”


“쯧, 내가 들고 다니고 싶어서 들고 다니는 줄 아냐? 오늘 본부 꼴이 말이 아니야.”

 

“아……. 하기야 올해도 대단하긴 하겠네.”

 

 그 말을 듣고 다자이가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긴 하겠어.

 아마 오늘 하루 포트 마피아 본부는 엘리스의 취향대로 여기저기 할로윈 장식이 주렁주렁 달려 있을 것이다. 모두 반강제적인 할로윈 분장을 하고는 건물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엘리스의 사탕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주고 있겠지. 이렇게 보면 마피아도 참 힘든 직업이야.

 다자이는 마피아일 적에 엘리스의 장난을 받게 된 적이 있었다. 할로윈인 것을 잊고 집무실 소파에 늘어져 있다가 봉변을 당했었지. 잊고 있었으니 준비된 사탕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었고, 장난을 받는 것도 당연한 결과였다. 

 그다음엔, 재앙이었다. 다자이를 향해 엘리스가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반짝이 가루가 가득한 총을 쏴버린 것이었다. 순식간에 자신을 포함한 방 안이 난장판이 됐던 그때를 생각하니 다시금 진저리가 쳐진다. 

 그 후 츄야의 낄낄거리는 웃음소리를 뒤로하고 비참한 꼴로 샤워실로 갔지만, 몇 번이나 씻어내도 그 반짝거리는 것들은 쉽사리 떨어지지도 않아 짜증이 배가됐었다. 하지만 상대는 화를 낼 수도 없는 사람이었다. 갈 길 없는 분노는 결국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츄야에게로 향했고, 언제나와 같은 싸움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끝이 났었다. 그리고 그 망할 반짝이들은 청소를 해도 해도 계속해서 방 안 어디선가 나와서 그다음 해가 되어도 발견됐었지.

 

“그러고 보니, 오늘은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날이라잖아?”

 

 과거의 일을 생각하고 있으려니 츄야가 기지개를 켜며 감흥 없이 중얼거린다. 그러게, 우린 특히 조심해야겠네. 가장행렬 중 죽인 사람들이 섞여 있으면 그것만큼 기겁할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이야. 아, 물론 죽인 사람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진 않으니까 상관없으려나. 

 입안에 있는 사탕을 빨면서 실없는 생각을 뻗어 나가던 다자이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츄야에게 고개를 휙 돌리면서 말했다.

 

“츄야, 만약을 기해 말하는 건데, 혹시라도 죽은 후에 내 앞에 나타나는 짓은 저어어얼대 하지 말아 줬으면 해. 그런 식의 괴롭힘은 질색이야. 난 귀신이 정말 싫거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말하는 다자이를 보면서 츄야가 의외라는 듯이 대꾸한다.

 

“허, 네놈답지 않게 꽤 인간적인 이유를 대잖아?”

 

 ‘나답지 않은’ 데다가 ‘꽤 인간적인 이유’라는 건 또 뭐람. 태클을 걸고 싶은 부분이 보였지만 무시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게 말이지~ 차라리 살아있는 인간이라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죽어있는 인간은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

 

“뭐어, 그건 그렇지.”

 

 여러 가지 의미를 담은 답에 수긍하면서 다자이를 바라보던 츄야가 갑자기 불쑥 고개를 들이민다.

 

“……? 뭐야?”

 

“Trick or treat. 과자를 주지 않으면 장난 칠거다?”

 

 어라. 츄야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해 눈을 도륵 굴리던 다자이는 입안에서 우물거리고 있던 막대사탕을 빼서 쑥 내밀었다.

 

“이거라도 먹을래?”

 

“아? 이건 내가 준 거잖아. 게다가 먹고 있던 거니까 무효다, 인마.”

 

“그치만 난 가진 게 없는걸.”


“흐음, 그러면 장난쳐도 되는 건가?”


“어? 아, 잠깐만, 츄…!”

 

 뭐라고 답하기도 전에 츄야가 다자이의 루프 타이를 자신 쪽으로 잡아끌어 그대로 입술을 얕게 쪽 빨아들였다가 뗀다.

 

“으, 달아.”

 

“…츄야가 먼저 해놓고는.”

 

“누가 싫다고 그랬냐?”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입술을 겹치곤 입을 크게 벌려 안쪽에 있는 혀에 혀를 감아 쪽쪽 빨아댄다. 아, 잠깐만, 난 사탕이 아니라구. 점막이 빨아 올려지는 기분에 몸서리치며 츄야의 어깨를 잡자 잠깐 입술을 뗀 츄야가 짓궂게 웃으면서 말한다.

 

“딸기 맛 장난 아니네. 사탕, 받은 걸로 쳐줄까?”

 

“……츄야, 혹시 어디서 머리 맞고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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