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다자/전력60분

[츄다자] 전력 60분 - 간접 키스

라덕 2021. 11. 6. 21:00

*2020년 7월 25일 참여했던 글의 백업입니다. 옮기며 문장 수정이 들어간 부분이 있습니다.

*항공사 기장 컨셉으로 나왔던 일러스트를 보고 썼었던 글입니다!

 

장거리 비행은 오랜만인 것 같은데.
츄야는 면세 구역에 깔린 반들반들한 대리석 바닥에 구두가 닿는 경쾌한 소리를 들으면서 자신이 움직일 비행기가 세워져 있을 탑승구를 향해 나아갔다.
오늘 비행은 열 몇 시간을 목적지까지 한 번에 쉬지 않고 가는 직항 노선이었기 때문에, 출발 전 신경을 써야 할 일이 많아 평소보다 조금 일찍 공항에 나왔다. 머릿속으로 오늘 만날 팀원들에게 지시할 사항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걷던 도중, 갑자기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끼어들어왔다.


“아, 츄야~.”

“어어.”

손을 흔들면서 긴 다리로 성큼성큼 츄야를 향해 걸어오는 것은 동료인 다자이였다. 
저놈도 오늘 비행이 있었나. 가벼운 대꾸로 인사를 대신하고는 자연스레 옆에서 나란히 발을 맞춰 나아갔다. 두 사람 다 손에 끌고 있는 캐리어는 가볍다. 딱히 짐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 타입들이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둘 다 굳이 필요한 것이 생긴다면 도착지에 가서 사면 된다는 주의였다. 어디든 필요한 물건을 파는 곳은 있으니 말이다.

“츄야는 이번 비행 어디야?”

“하와이.”

“아~ 좋겠다. 나는 런던인데. 이 시기에는 날씨도 꾸물꾸물 할 테고~. 어차피 관광도 안 하고 호텔 안에서 대기하고 있을거라면 나도 리조트 쪽이 좋은데 말이지이.”

“다자이.”

“으응?”

“너, 다음 휴가 언제야.”

“왜?”

“…그냥.”

츄야가 잠시 뜸을 들이다 대답을 하는 그 순간, 다자이의 표정이 조금 오묘해졌다. 어쩐지 무언가를 꾹 참는 것 같은, 눈앞에 있는 것을 단숨에 삼켜버릴 것 같은 그런 표정을 아주 잠깐 보이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해사하게 우후후 웃어보인다. 굉장히 기분이 좋아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흐응. 그렇구나아. 그런거구나아―.”

“아? 뭐가 그렇구나야. 제대로 말….”

“앗, 츄야! 잠깐, 여기서 정말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봐? 나 2분만?”

갑자기 다급하게 츄야를 세워두고는 지나던 면세점 중 한군데에 들어간 다자이는, 곧 작은 분홍색 토끼 인형을 끌어안고 와서는 츄야의 눈앞에 짠 하고 보여준다.

“짜잔~ 모두의 아이돌 메로짱이야! 귀엽지?”

알 수 없는 다자이의 행동에 츄야의 미간이 자연스럽게 와작 찌푸려진다. 그도 그럴것이 츄야가 대체 저놈 뭐하는건데, 하고 생각함과 동시에 다자이가 토끼 인형의 주둥이 부분에 뽀뽀를 쪽쪽 하고는 츄야쪽으로 내밀었기 때문이다.
정말 뭔데???
머리 위로 보이지 않는 물음표를 잔뜩 띄우면서 츄야는 다자이에게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비행 전에 동료가 미치기라도 했나, 만약 그렇다면 저 놈의 대리로 가능한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는 동료가 누가 있는지 고민하면서.

“야, 네놈 지금 뭐하자는 건데?”

“우후후, 츄야한테 내가 주는 선물이야. 내 대용. 얘한테 백번쯤 뽀뽀하고 나면 나랑 만날 때가 되지 않을까?” 

하아, 이렇게 귀엽게 굴 거면 미리 나한테 연락 좀 했으면 좋았잖아? 최소한 라운지에서 보자고 했어도 어떻게든 했을텐데. 하여간 츄야는 말이지.

작게 투덜거리는 다자이의 말을 들으면서 츄야는 할 말을 잃었다. 물론 어이없음에 말이다.
헛소리 하지 말라고 입을 떼려는데, 귀신 같은 눈치와 타이밍으로 손목시계를 본 다자이가 허둥지둥 츄야에게 던지듯 인형을 떠넘긴다.

“앗, 점검하고 세팅할 시간이 빠듯하네? 안녕, 츄야~. 나중에 봐~.”

그리고 다자이는 미련 한 톨 남기지 않은 발걸음으로 캐리어를 끌면서 긴 다리로 왔던 것처럼 다시 성큼성큼 멀어져, 스태프가 열어주는 게이트 안쪽으로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남은 것은 어처구니가 없어진 채, 우두커니 서 있는 츄야와 부드럽고 보송보송한, 아직 상품 태그도 떼어내지 않은 채 손에 쥐어진 파스텔 핑크의 토끼 인형 한 마리.
진짜 어이가 없네.
자신이 탑승할 게이트를 향하면서 손에 든 토끼 인형이 다자이…아니, 철천지 원수라도 되는 듯 노려보며 걷는다. 정말, 어이가 없다고.
정비팀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 탑승 통로를 지나면서, 조금 고민하던 츄야는 어쩐지 지는 것 같은 기분을 무시하며 손에 들고 있던 토끼 인형에 입을 맞췄다.


이게 첫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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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다자 전력 60분 / 주제 : 간접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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