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다자/전력60분

[츄다자] 전력 60분 - 꽃다발

라덕 2020. 7. 2. 23:32

* 3월 22일에 참여했던 글의 백업입니다.



“미쳤어?!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초조하게 반복되던 전화의 발신음이 끊기자마자 상대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다자이가 그렇게 외친 건, 방금 있던 일을 보면 당연했다.



***



점심을 먹고 식곤증으로 조금 나른해질 시각. 사무실 안에 떠도는 공기도, 창에서 들어오는 햇빛도 노곤노곤했다. 쿠니키다의 열렬한 타자 소리 마저도 자장가의 리듬으로 들릴 만큼 탐정사는 나른함에 휩싸여 있었다. 그런데 그런 사무실에 갑자기, 꽃배달이 왔다.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빨간 장미 꽃다발이. 

그것도 다자이 오사무 앞으로 말이다.


“다자이!!! 네놈 또 탐정사에 문란한 것을 반입하고! 너란 놈은 대체…!!”


“에엥? 쿠니키다군, 장미의 어디가 문란한 것인지 좀 말해줄래? 지금 무지무지 궁금한데. 내 지적 호기심이 퐁퐁 무한대로 솟아나고 있어.”


“그…그, 하여튼!!! 저런 게 직장으로 온다는 자체가 문란한 거다! 바보 같은 놈아!!”


“어, 화이트데이―는 이미 지났……아차, 그 날은 남자가 여자에게 주는 날이었죠!? 죄송합니다!!”


“괜찮아~ 아츠시군. 그런 세세함을 무시해도 좋을 만큼 다자이씨는 인기가 많거든~.”


쿠니키다를 놀리고 있던 다자이가 아츠시의 말에 턱에 손가락을 대곤 웃후후 웃는다. 그런 다자이를 보면서 아츠시는 싫은 표정을 지으며 그 옆에서 반걸음 물러났지만, 본인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양이다.


“아~ 그건가? 또 어디서 원한이라도 산 거 아냐? 저 안에 사실은 콰광! 하는 폭탄이 들어 있다던가.”


“어머, 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긴 하지만요. 저 장미 품종~ 꽤 비싸다구요?”


심드렁하게 넘기는 요사노의 옆에서 눈썰미가 좋은 나오미가 호들갑스럽게 말한다. 그 옆에서 저렇게 큰 장미라니…자연은 역시 아름다워요! 하고 해맑게 말하는 켄지와 이럴 때 란포씨가 외근인 게 아쉽다며 폭탄일까 무섭다고 푸념하듯 말하는 타니자키가 있었다.

정말 빨갛고 송이 하나하나가 풍성한 장미다.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과하다 생각지 않을 만큼 존재자체가 과한 장미 꽃다발은 탐정사 사무실에 이질적일 정도로 압도적인 우아함을 뽐내고 있었다.

나른하고 부산한 공기 속에 향긋한 장미 향기가 가득 퍼져, 어쩐지 현실감이 더더욱 멀어진다.  그런 공기 사이로 다자이가 흥얼거리며 꽃다발 안의 메시지 카드를 찾아 꺼내 들어 잃다가, 웃던 얼굴 그대로 싸늘하게 굳었다.


“무,무,무슨 일인가요? 무서운 것이라도 쓰여 있나요?!”


혹시 협박장이라던가?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뀐 다자이를 보고 파들파들 떠는 아츠시를 필두로 모두 경계 태세로 전환했지만, 다자이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아무것도 아니라며 손을 젓고 잠시 나갔다 오겠다며 탐정사 문 밖을 나섰다. 손에 들린 카드의 글씨체가 매우 익숙한, 이런데에 쓰여있을 리가 없는 사람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



『오. 받았냐?』


“뭐? 지금 오, 받았냐라고 했어? 그 말로 끝날 게 아니잖아! 직장에 이런 걸 보내면 어쩌라는 거야?!”


『뭐야. 그 정도는 받아도 괜찮잖아?』


“어디가 괜찮은데? 내 사회적 평판과 체면과 지위가 한순간에 위험해졌는데!”


『네놈한테 그런 게 있었어?』


정말 순수하게 놀랍다는 듯한 츄야의 말투에 어이가 없어져 다자이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열 받네.


『그 장미, 내가 지금 있는 지역에서 개발한 품종이라더라. 엄청나게 화려하고 아름답지 않냐? 처음 봤을 때 정말 감탄했다니까~.』


“그래서 결론이 뭔데.”


다자이가 약간의 짜증을 담아 쏘아대듯 말하면 전화 너머의 츄야에게서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말투로 다자이의 질문에 대답한다.


『나는 지금 오랫동안 밖에 나와 있고, 마침 멋진 장미를 봤어. 그리고 네놈한테 주고 싶어서 보냈지. 그 외에 설명이 필요한가?』


“…너 말이야…”


순식간에 할 말이 없어졌다. 이건 눈을 가리고 있던 다자이를 매끄럽게 찌르는 말이다. 지금 츄야는 조직의 배신자와 어쩌다 보니 한 집에서 동거하고 어쩌다 보니 한 침대를 쓰기까지 하는 그런 상황이지만, 개인적으로도 대외적으로도 서로의 관계는 적대관계에 있는 전 파트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물론 이 생각은 다자이뿐만일지도 모르겠다고, 지금 다시 생각하게 되었지만.이렇게 된 이상, 이 이상의 반박은 의미가 없다. 말꼬리 잡기일 뿐이다. 얼굴을 보고 직접 말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다음에 장미를 보낼 때는 가시를 빼고 보내는 게 좋겠어.”


다자이는 츄야의 대답을 듣지 않고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말에 달린 가시에 잔뜩 찔린 속이 아팠다. 저 꽃을 어찌하나 가만히 서서 고민하는 찰나 주머니에 들어있던 업무용 휴대전화의 착신 음이 짧게 들렸다 사라진다.

폴더를 열어 확인해 보면, 란포에게서 메시지가 한 통 와있었다.


「집에 조심히 들고 가.」


다자이는 크게 한숨을 한번 쉬고는 감사합니다, 라는 문장을 입력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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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다자 전력 60분 / 주제 : 꽃다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