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다자/전력60분

[츄다자] 전력 60분 - 무릎베개

라덕 2020. 7. 2. 23:23

* 3월 14일에 참여했던 글의 백업입니다.

* 비스트(BEAST) 설정 주의!


포트마피아 최상층, 수령의 집무실. 그곳은 어둠을 일부러 붙잡아 가둬둔 듯한 공간이었다. 

요코하마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커다란 창문이 있지만, 외부의 빛 한줌 비집고 들어오지 못한지는 벌써 몇 년이나 지났다. 그대신 인공적인 불빛이 드문드문 방안을 어슴푸레 밝히고 있었다. 하지만 어둠을 전부 몰아내기엔 너무나도 역부족이다. 

그 집무실의 한 가운데, 어둠이 바닥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책상에서 현 수령 다자이 오사무는 서류를 읽고 있었다. 몇 시간째 앉아 있었는지는 모른다. 무언가에 쫓기듯 일을 할 뿐이었으니까. 다자이는 이제 짙은 색 책상과 흰 종이와의 강한 색대비에 눈이 시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심코 어두운 구석을 쳐다보면서 눈을 깜박이고 있으면 시선이 느껴졌다. 천천히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책상 앞 소파에 앉아있던 나카하라 츄야와 눈이 마주친다. 접객용 테이블 위에는 츄야가 보고 있던 서류와 태블릿 pc가 흩어져 있었다. 

가끔씩 츄야는 본인의 집무실을 놔두고 다자이 곁에 와서 꾸역꾸역 업무를 진행할때가 있었다. 츄야가 저러는 이유를 다자이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다만 다자이가 가만 놔두며 무시하고 있을 뿐이다.


“조금 쉬시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느슨하게 소파 등받이에 기대 앉은 태도나 불순한 시선과는 다르게 정중한 어투가 들려온다. 다자이는 마주한 시선을 슬쩍 돌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하지만 츄야는 익숙한 듯 아랑곳 않고 할 말을 이어나간다.


“미뤄놓은 점심 식사를 하시는 것도 괜찮겠지요. 수령께서 말씀만 하시면 지금 바로 준비해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식사라는 말에 안그래도 답답한 공기가 더 답답해지는 느낌이었다. 다자이는 숨을 조금 많이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집중력의 실은 이미 끊어졌다.


“…밥은 됐어. 조금 쉬고는 싶네.”


쉬겠다, 라는 말을 들은 츄야는 들고 있던 서류를 테이블 위에 두고 휴대전화를 꺼내 메시지를 입력한다. 아마 문 밖의 부하들에게 쉬는 동안 무슨 일이 있어도 방해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을테지.

크게 기지개를 켜고 자리에서 일어나 츄야가 앉아있는 소파를 향해 걸어간다. 

그렇게까지 형편없나. 자신의 몰골이 별로인 것은 잘 알고 있으니까 괜찮다. 목적의 그 날까지 한계까지 몰아치지 않으면 안된다고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 하고 있으니까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츄야까지 그 옆에서 똑같이 굴 필요는 없는 것이다. 포트마피아 수령의 개, 간부 나카하라 츄야. 다자이 자신은 개가 가지고 싶다고 했지만 이렇게까지 충견일 필요가 있나. 본인도 피곤에 찌든 얼굴을 하고 있는 주제에 누가 누구한테 쉬라고 하는거야.


“자네도 쉬게.”


“저는 괜찮습니다.”


“아~ 그렇다면 내 수면실에서 같이 쉴텐가?”


“저는….”


“츄야.”


이름이 불리는 순간, 방안의 숨죽이고 있던 공기가 크게 울렁이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츄야는 다자이를 불만이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면서 말한다.


“…난 어제 잤으니까 네놈보단 괜찮아.”


과연 츄야에게 제대로 된 수면은 언제가 마지막이었을까. 다자이는 츄야에게 충분히 휴가와 여가를 보낼 시간을 줬지만 츄야는 계속 다자이 옆에 붙어있을 뿐이었다. 다자이는 그 행동을 방관할 뿐이며 그걸 선택한 것은 츄야지만, 

이유는 언제나.


“츄야가 그렇게나 괜찮으면, 나한테 무릎이나 빌려줘.”


츄야는 아무말 없이 옆에 서있는 다자이를 올려다본다. 그 표정은 수령이 되기 전, 츄야의 파트너일 적 봤던 표정과도 비슷해보여서 가슴 한쪽이 따끔했다. 

다자이는 그 옆에 앉아 거리낌없이 츄야의 무릎을 베고 몸을 뉘였다. 머리를 대는 순간 약한 현기증이 밀려왔다. 머리를 오랜만에 어딘가에 대서일까, 아니면 이 몸에 닿아서일까.


“제대로 침대에서 자는 쪽이 좋지 않냐?”


“이 베개가 딱딱해서 딱 좋아. 깊게 잠들고 싶지 않으니까.”


숨을 들이마시면 츄야의 체향과 섞인 향수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왔다. 나중에 조금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이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이정도는. 

누워있는 얼굴을 내려다보던 츄야는 다자이의 눈 위를 자신의 손으로 덮었다. 따뜻한 체온과 좋아하는 냄새, 어두운 공간. 몸의 긴장이 서서히 풀려간다.


“일정에 늦지 않게 깨워줄 테니까 걱정말고 자.”


“응….”


눈꺼풀 위로 덮인 따뜻한 손바닥의 감촉에 눈을 감고 몸에 힘을 빼, 방안의 어둠과 섞여들어 갔다. 

다자이는 이렇게 다시 몇 번째일지 모르는 무시와 외면으로 눈앞에 보이는 선명한 마음에 시선을 돌린다. 

절대 마주보지 않을테다. 설령, 자신이 죽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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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다자 전력 60분 / 주제 : 무릎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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