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다자/전력60분

[츄다자] 전력 60분 - 색깔

라덕 2020. 7. 2. 23:10

* 19년 12월 21일에 참여했던 글의 백업입니다.



“츄야~ 빨강이랑 파랑, 둘 중 어느 색이 좋아?”


“아?”


“해제 못 할 구조는 아니지만… 역시 시간이 부족해. 마지막 선이 뭔지 모르겠다구.”


행운의 여신은 과연 우리에게 손을 들어줄까? 다자이가 버터플라이 나이프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빙글빙글 돌리면서 후후 웃었다.

이거 또라이새끼 아닌가. 

까딱하다가는 죽을 심각한 상황을 눈앞에 둔 놈답지 않은 가벼움에 츄야는 어이가 없어졌다. 하지만 이게 바로 다자이 오사무니까.

하품이 날 정도로 간단한 임무에 모리가 츄야와 다자이 둘을 보낸 데에 역시  티끌만큼의 의심이라도 해야 했다. 물론 의심했어도 명령이니 따랐겠지만.

보스. 이런 폭탄이 있을 거라고는 말씀해주시지 않으셨잖습니까. 그냥 폭탄도 아닌 생화학병기가 부록으로 붙은 폭탄이라니요.

보통의 폭탄이라면 중력으로 충격파가 닿지 않을 대기권까지 단숨에 날려버렸겠지만, 내용물이 화학병기라면 말이 달랐다. 괜히 광범위하게 퍼트리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얼마나 남았냐?”


“으음, 2분 정도? 지금 막 1분 50초대로 바뀌었는데― 이번에야말로 포기하고 죽는 수밖에 없으려나아.”


츄야의 말에 답하는 다자이의 얼굴에 떠오른 희미한 미소는, 조금 기뻐 보이기도 했다. 드디어 바라던 죽음이 찾아와 기쁜 것일까. 

츄야는 당연하게도 이 상황이 달갑지 않았다. 개죽음의 경우의 수를 여러가지 생각해봤지만 이렇게 어이없이 죽는 건 그 안에 들어있지 않았다.

폭탄 바로 옆에서 이능력 무효화를 가진 동료를 감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저만한 양의 폭탄이 터지면 아무리 츄야라도 제대로 된 형태 하나 남지 않고 사라지겠지. 함께 갈기갈기 찢어져 곤죽이 될 테다. 

다자이를 데리고 영향이 닿지 않는 곳까지 피할 시간도 없다. 동료를 두고 혼자 살아남는다는 선택지 또한 생각해본 적이 없으니 논외다.  

삐. 삐. 삐. 

무기질적인 전자음이 폐쇄된 공간에 작게, 규칙적으로 울린다. 그리고 그사이에 떨어지는 두 사람의 숨소리. 

그 순간, 옆에서 들리던 가는 숨소리가 조금 가까워졌다.


“츄야, 키스해도 돼?”


드디어 머리가 어떻게 된거냐는 말을 내뱉으려 벌린 입술은 마주한 눈동자를 보고 바로 다물어졌다. 저놈은 이 상황에서 왜 저런 눈을 하고 있어. 

삐. 삐. 삐. 

대답을 재촉하듯 전자음이 공백을 채운다. 츄야는 혀를 차고 고개를 다자이쪽으로 내미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슬쩍 마주 닿은 입술은 미지근한 체온만을 남기고 스치듯 떨어진다.


“정했어.”


다자이가 짓궂은 웃음을 지었다. 나이프를 들고 있는 손이 가늘게 떨린다. 

그리고 다자이는 손을 움직여, 


선을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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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다자 전력 60분 / 주제 : 색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