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다자/전력60분

[츄다자] 전력 60분 - 버릇

라덕 2019. 12. 17. 16:10

* 11월 2일에 참여했던 글의 백업입니다.


“―뒈지고 싶어서 환장했지?!”


눈을 뜨자마자 들리는 고함에  그래도 멍멍한 귀가  아파져 왔다. 시선을 돌리면 멀쩡히 형태를 갖추지 않은 더미들 사이에 유일하게 멀쩡해 보이는 츄야가 있었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면 위에 쌓여있던 돌가루와 모래 먼지가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피어나는 먼지에 콜록거리며 뻑뻑해진 눈을 손등으로 꾹꾹 누르듯 비볐다.


이렇게, 콜록, 죽을 , 있으면 좋은,  아냐?”


입을 열자 형편없이 갈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 , ~~~.  밖으로 나오는 목소리가 재미있어서 키득키득 웃는다. 기절해 있던 사이에 돌가루가 잔뜩 들어간 먼지를 너무 많이 들이마셔서 이럴지도 모르겠다.

멍한 머릿속에서 아까 자신이 처했던 상황이 서서히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상대 조직이 설치한 폭탄이 코앞에서 터졌고, 다자이는  충격파를 막을 생각도 없이 맨몸으로 맞았었다

멀리서 봤으면 심지 없는 종이 인형이 휘리릭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을  같다. 덕분에 데굴데굴 굴러서 온몸이 두들겨 맞은  아팠다. 그놈들이 눈앞에 있었다면 똑같이 굴려줬을 정도로 아팠다. 이미 굴릴수 없는 상태가 된게 아쉽다면 아쉽지만.

다자이는 항상 죽고 싶어 했고, 죽을 곳을 헤매고 있으니까 폭탄이 터지는  보면서 그대로 죽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아프게 죽는  너무나도, 정말정말 너무나도 싫지만. 편안한 죽음이 제일 좋았지만 예상외의 상황은 다자이도 어쩔  없다.


헛소리하고 있네. 네놈이 이런 걸로  죽는다는  정도는 저기 굴러다니는 돌멩이도 알겠다.”


, 그건 그래.

머리와 어깨, 팔에 손을 뻗어 대충 툭툭 털어내면 희뿌연 먼지가 푸르르 피어올랐다.  모습을 츄야는 질겁하면서 보고 있었다.  반응이 재미있어서 일부러 손을 뻗어  어깨를 짚었다가 떼어내면 검은 옷에 멋들어진 손자국이 남았다. 만족스럽게 헤실 웃으면 츄야는 다시 진절머리를 쳐댔지만, 손자국을 털어내진 않았다. 이러나저러나 더러워질 옷이니까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네놈의  버릇  고치면, 언젠가는 정말 죽을 거야.”

 

씨근거리면서 말하는 츄야의 얼굴을 보면서 다자이는 샐쭉 웃었다. 그리고 소리 내지 않고  모양으로만 물었다.

무슨 버릇?

 

내가 구해주러   예상하고 움직이는 버릇.”

 

.

다자이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츄야는 다자이의 대답 따위는 들을 생각도 없이 자기  말만 해댄다.

 

내가 언제나  맞춰서  수는 없어.”

 

알아.

 

그리고 네놈도 언제나 나한테  수는 없겠지.”

 

그것도 안다.

다리를 접질렸는지 제대로 걷지 못하는 다자이의 한쪽 팔을 어깨에 둘러메고 츄야가 걷기 시작한다. 다자이는 오늘따라 츄야가 말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꼴이 심했던 걸지도 모른다.

그래도 츄야는,  거잖아.

하나밖에 없는 파트너라는 명목으로, 서로의 구세주가 되기 위해.

 버릇을 제일 나쁘게 만드는  항상 츄야다.

그걸 아니까 다자이는  얄미운 뒤통수에 일부러 먼지로 지저분한 앞머리를 세게 비벼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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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다자 전력 60분 / 주제 : 버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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