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다자/전력60분

[츄다자] 살아온 흔적

라덕 2017. 5. 28. 00:02

아, 이건 좀 생각보다 깊게 찔렸는데.

발을 뗄 때마다 옆구리에서 조금씩 울컥울컥 피가 새어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상처를 보고 심하면 꿰매야 할지도 모르겠는걸. 발걸음을 최대한 빨리하면서 츄야는 혀를 쯧, 하고 찼다. 오랜만의 기습 공격이었다. 게다가 꽤 괜찮은 상대였지. 방금 전의 싸움을 생각하니 다시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에 츄야는 히죽 웃었다. 이능력이 아닌 순수하게 몸만을 써서 상대한 것은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사실 그래서 이런 상처를 달게 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싸움 자체에 후회는 없었다. 너덜너덜해지고 피투성이가 되는 싸움을 계속 해나가는 것은 자신이 언제나 바라던 바였으니까.

지친 몸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근처에 자신이 사놓은 은신처가 하나 있다는 것 정도일까. 많이 사용하는 장소는 아니지만 아마 기본적인 물품은 구비되어 있을 것이다. 쓰지 않는 은신처들도 정기적으로 사람을 보내 관리하고 있으니 괜찮겠지. 이런 식으로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 츄야의 일상이라 당연했다.

그런데,


“우와아~ 츄야, 누가 그렇게 잘생겨지게 만들어 놨어? 얼굴이 난장판이네?”


왜 이놈이 여기 있는거야.


“너, 왜 여기있냐?”


“요 근처에 술 마시러 왔다가 집까지 가기 귀찮아져서 들렀지. 저런 자물쇠 정도는 이 다자이 오사무님한테...”


나불나불 자기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있던 다자이가 돌아서 츄야를 가만히 보더니 입을 꾹 다문다. 그런 다자이를 보면서 츄야가 안 좋은 예감에 인상을 찌푸렸다. 제발 그냥 아무 말도 안 하고 여기서 꺼져주면 좋겠는데.


“츄야, 코트 좀 벗어봐.”


아아, 역시 이놈한텐 뭘 숨기는 게 불가능하지. 츄야는 하아 하고 크게 한숨을 쉬곤 걸치고 있던 코트를 천천히 벗었다.

 


***


“남의 살을 꿰매는 기분은 좀 최악이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 정말 최악. 수건을 깐 침대 위에 가만히 누워 천장에 시선을 주던 츄야가 들리는 목소리에 옆에 앉아있던 다자이를 바라봤다. 말하는 어투와는 다르게 알코올 솜으로 꿰맨 부위와 자신의 손을 닦은 후 거즈를 붙이는 얼굴이 자못 진지한 표정이라, 꽤 답지 않다고 생각돼 조금 웃음이 났다. 손재주가 최악인 놈이지만 본인이 워낙 다친 적도 많고 다치고 있어서인지 상처치료만은 다른 것보단 괜찮게 하는 편이라 그나마 다행이지.


“이거 나중에 분명히 흉이 남을 것 같다구.”


이제 가려져 보이지 않는 상처 위를 더듬듯이 다자이가 거즈 위로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인다. 마취약 없이 꿰매진 옆구리가 더 징징 울리는 것 같아 숨을 들이마셨다. 이마에 다시끔 땀이 맺히는 느낌이 난다.


“......그래서, 누가 이랬어?”


다자이가 작게 중얼거린 말 한마디에 방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변했다. 방금 전까지 이상할 정도로 나른하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날카로워진다. 방안에 만연한 피 냄새에 어울리는 팽팽하게 당겨진 살기에 츄야는 다자이를 다시 흘큼 바라봤다.


“알아서 뭐하려고.”


“츄야는 정말이지. 다 알면서 또 그런다.”


입은 둥글게 호를 그리지만 눈은 전혀 안 웃고 있다. 저 작은 머리통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진 몰라도 얌전한 생각은 아닐게 분명하다. 빛이 둔하게 반사되는 유리구슬 같은 눈동자를 가만히 보고 있다가 츄야가 작게 한숨을 쉬면서 대답했다.


“몰라. 죽였으니까.”


“흐응.”


다자이는 그대로 샐쭉하게 웃는다. 만약 행동에서 소리가 난다면 푸시식 소리가 날 정도로 김이 샌 표정이다. 다자이는 곧 옆에 있던 물수건으로 츄야의 얼굴과 목덜미, 가슴 쪽에 맺힌 땀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이제 내가 옆에 없다고 이렇게 다쳐오기나 하고.”


“너도 내가 옆에 없어도 상처들 잔뜩 달고 다니잖냐.”


“그거랑 이거랑 같아?”


자의에 의한 상처와 타의에 의한 상처. 저 붕대 아래엔 또다시 내가 모르는 상처들이 잔뜩 늘어, 나중엔 어떻게 해도 지워지지도 않는 흉터가 되겠지. 이놈과 나의 몸엔 그런 흉터가 쌓이고 쌓여 그게 바로 서로의 살아온 역사가 될 것이다.


“있지, 나 오늘 츄야 옆에서 같이 자도 돼?


대답을 듣지도 않고 이미 침대 위로 성큼 올라온 다자이는 다치지 않은 쪽의 옆구리에 달라붙어서 츄야의 어깻죽지에 얼굴을 파묻었다. 


"안 그래도 따끈한 츄야가 오늘은 더 따끈하네. 회복하려고 몸이 힘내고 있나 봐. 역시 츄야, 괴물 같아."


"잘 거면 이제 좀 닥쳐라."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은 안 해?"


"듣고 싶냐?"


대답 대신 귓가에서 후후, 하고 작게 웃음소리가 들렸다 사라졌다.



*

다자른 전력 > 주제 : 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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