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다자/전력60분

[츄다자] 너의 모든 것이 싫다.

라덕 2017. 4. 30. 23:15

“생일 축하해, 츄야! 케이크! 여기 케이크가 왔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눈앞에 불쑥 들이밀어지는 흰 상자에 츄야는 반사적으로 반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까딱 잘못했다간 코를 부딪힐뻔했다. 작게 칫,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이건 분명 의도적이었다. 백 퍼센트 의도적이야. 설마 얼굴에 케이크를 상자 째로 뭉개버릴 생각이었냐. 이를 빠득 갈면서 눈앞의 인물을 강하게 노려보자, 보이는 것은 자기는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다는 듯이 능청스럽게 웃는 얼굴이다.

다자이 오사무. 전 파트너이자 지금은 적대 세력에 있는 놈이 왜 여기까지, 그것도 케이크를, 이런 날에 들고 온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우리 사이에 축하? 축하아아? 미친 거 아냐??

 

“야, 꺼져.”

 

“뭐야, 문전박대? 츄야 생일이라고 내가 이렇게 케이크까지 사 왔는데~.”

 

“뭘 축하하고 받고 할 사이도 아닌데 왜 여기까지 오고 지랄이야.”

 

“아니, 우리가 서로 좋은 날 축하도 못할만한 사이였단 말이야?”

 

좀 충격인걸. 상처받았다네, 츄야. 하고 눈앞에서 시무룩해하는 놈은 정말로 실망한 것 같아 보였지만, 다자이 오사무라는 인간을 옆에서 몇 년간 계속 지켜봐 온 입장에선 저게 연기란것 정도는 꺼내는 말의 첫 단어를 듣기만 해도 안다.

 

“저번에 츄야가 먹고 싶다고 했던 가게의 케이크도 사 왔는데....”

 

아, 이건 좀 시무룩하게 들리네. 쫓아낼 생각에 제대로 보지 않았었지만 상자에 작게 박힌 저 로고는 확실히 츄야가 좋아하는 가게의 것이었다.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게 생겨서 전혀 그렇게 안 보이지만, 츄야는 디저트류를 나름 좋아하는 편이었다. 아무거나 집어먹는건 아니고 몇몇 가게 한정이었지만. 가끔씩 케이크나 타르트를 두세조각 정도 사가지고 와 커피나 와인과 함께 먹어치우고 만족하는 표정을 짓는 츄야를 볼 때마다 다자이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었다.

츄야의 분위기가 바뀐 것을 귀신같이 알아챈 다자이가, 이때다 싶어하며 눈을 초롱하게 뜨면서 상자를 다시 눈앞으로 내밀었다.

 

“매일 30개 한정으로만 파는 딸기 치즈 수플레 케이크야.”

 

젠장, 이러면 안 들여보낼 수가 없잖아.

 


 

***


 

 

마침 케이크에 어울리는 괜찮은 와인도 셀러에 있었고, 이런게 바로 행복이지. 등받이에 몸을 깊게 기대면서 만족스러운 한숨을 쉬던 중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리니, 포크를 입에 문 다자이가 츄야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뭐.”

 

“츄야는 사람이 좀 어울리게 놀아야지. 이렇게 단 걸 잘도 좋아하면서 먹네.”

 

“마피아라고 디저트를 즐기지 말란 법 있냐?”

 

어이없다는 듯이 받아쳤지만 맛있는 것을 만족할 만큼 먹어서 그런지 기분이 평소보다 좋다. 뭐, 저놈도 모처럼 괜찮은 걸 가지고 왔으니까 오늘 신경 긁는 것 정도는 좀 봐줄까.

 

“네놈이야말로 칠칠맞게 이렇게 크림이나 묻히면서 먹고 말야.”

 

손을 뻗어 다자이의 입가에 묻어있던 크림을 엄지로 쓱 쓸어주자 놀랐는지 눈이 동그래졌다. 아, 츄야는 속으로 앗차 싶어 하며 자신을 자책했다. 분위기가 편해서 무심코 손을 뻗어버렸다. 딱 정해놓고 있진 않았었지만 츄야와 다자이와의 관계는 항상 어느 정도 일정하게 거리가 정해져 있는 상태였다. 서로 허물없이 티격 태격 하는것 같아 보여도 깊이 들어가기 전에 손을 뗀다. 키스도 섹스도 하지만 개인적인 일에 관해서는 파고들지 않는다. 서로의 존재에 대해선 부정적이였지만 관계 자체엔 무엇에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거두려던 손은 치워지지 못했다. 다자이에 의해서 손목이 붙잡혔기 때문이다. 그대로 크림이 손가락 째로 다자이의 입안으로 쪽 하고 빨아당겨졌다. 엄지손가락에 닿는 혀와 앞니의 감촉이 간지러워 자동적으로 눈썹이 꿈틀거린다. 하지만 이쪽이 어떤 반응을 보이던 상관 않고 그 입술은 좀 더 혀를 뻗어왔다. 뭐 하는 짓인가 싶어서 지긋이 쳐다보자 마주친 눈이 재미있다는 듯이 예쁘게 휜다. 명백한 의도를 담은 혀는 손가락 사이사이의 연약한 살에 치대오면서 싸움으로 단련되어 툭 튀어나와 있는 마디들을 입안에서 굴렸다. 혀뿐 아니라 입술로도 지분거려지면서 약하게 깨물리는 그 작은 자극들이 생각보다 강하게 다가와, 입 안쪽을 꾹 깨물었다. 조용한 방 안에 무언가를 빠는 소리만이 가만히 울려퍼져 괜히 더 야하게 느껴진다. 손 하나로 초조해지는듯한 느낌이 꺼림칙해 빼내려고 하자, 이번엔 아까와는 다르게 쉽게 풀려난다. 손가락 끝과 입술 사이에 타액의 실이 길게 주욱 늘어졌다가 끊어져 내렸다.

 

“흠....그럼 먹을 만큼 먹은 것 같으니까 이제 선물을 줘볼까.”

 

츄야는 혀로 자신의 입술을 날름 핥으면서 ‘먹었다’라고 말하는 다자이를 굉장히 외면하고 싶어졌다. 이미 저렇게 성욕 스위치가 켜진 눈빛으로 선물을 운운하는 데에서 불안감 비슷한 것이 등 뒤를 찌릿하게 만든다. 불안감? 이게 불안이 맞는 건가? 다자이가 몸을 움직이자 방금 전의 행위로 농밀하게 정체된 공기가 약간 술렁인다.

다자이는 지금 이 상황이 즐거운 듯이 우후후, 하고 웃더니 케이크 상자에 묶여 있던 빨간 리본 끈을 슬슬 빼기 시작했다.

아, 설마.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잘 맞는 편이지. 콧노래를 부르면서 붕대가 감긴 자신의 목에 리본을 두르던 다자이는 예쁘게 매듭 지어진 나비 리본을 보여주면서 츄야에게 짜잔~ 하고 웃어 보였다. 짜잔은 무슨 짜잔이냐, 진짜 어이가 없네.

 

“미친놈아. 먹을 만큼 먹었으면 집에나 가.”

 

“왜애에? 모처럼 내가 이렇게 선물이 되어주겠다고 하는데.”

 

“네놈이 선물이 된다는 발상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대체...”

 

하나도 안 받고 싶으니까 그냥 꺼져라... 이마를 짚고 앓는 소리를 내는 츄야의 앞에 다자이가 다가와 무릎을 꿇고 앉는다. 이미 올려다보는 눈빛에서 장난기와 기대감, 욕정이 질퍽하게 섞여서 번들거렸다. 얌전히 집에 가지 않고 괴롭혀 주겠다는 마음이 만만인 표정이다. 아까까지 괜찮았던 기분이 이젠 바닥에 맘대로 내팽개쳐져 구둣발로 짓밟힌 기분이 들어 크게 한숨을 쉬었다. 최악의 생일이군.

명백하게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무릎과 허벅지 안쪽을 손가락으로 살살 쓸어대던 다자이가 머리를 츄야의 무릎 위에 툭 하고 올려두곤 웅얼거렸다.

 

“....사실 말이지. 오늘 아침에 꿈을 꿨거든.”

 

“꿈?”

 

“그게 말이지~ 되게되게 기분나쁜 꿈이어서~ 일어나자마자 무슨 이런 꿈을 꾸나 싶었더니 오늘이 마침 츄야 생일이지 뭐야~. 그래서 그런 꿈을 꿨나 싶었지.”

 

“하, 그냥 개꿈이었겠지.”

 

“응, 그래서 일찍 일어난 김에 케이크도 사고 츄야도 보러 왔잖아.”

 

흐응, 하고 넘겨버리는 츄야를 눈만을 치켜뜨고 바라보던 다자이가 빙글 웃으면서 고개를 좀 더 안으로 들이민다. 그대로 다자이의 코에 바지 지퍼 부분이 꾸욱 하고 닿는 느낌에 츄야가 쯧 하고 혀를 찼다. 그래도 다자이 오사무 치고는 꽤나 은근한 어필이다.

 

“해줄까?”

 

“싫어.”

 

“우와, 생각도 안 해보고 단칼에 거절하네.”

 

츄야는 누군가가 자신의 성기를 입으로 빨아주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같은 점막을 사용한다면 입보단 몸속에 넣는 쪽이 낫지. 솔직히 깨끗한 부위도 아니고, 받는 사람은 좋을지 몰라도 해주는 입장에선 좋을 것이 없는 행위이기만 하지 않는가. 그렇지만 다자이는 츄야의 성기를 입안에 넣는 것을 꽤나 좋아했다. 이놈은 내가 싫어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더욱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요 근래 들어서는 그게 정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자이는 아쉬운 듯이 입맛을 다시면서 츄야의 허벅지 안쪽에 볼을 부볐다. 그쪽도 성감대고 예민한 부위라는 걸 알면서도 무신경 한 척 구는데엔 일가견이 있는 놈이라 한숨이 나왔다. 흡사 장난감을 뺏긴 어린애 같은 표정에 조금 어이가 없어지기도 해서, 이놈은 그걸 못하는 게 그렇게도 아쉽나 싶어졌다. 


“그럼 츄야, 나 다른 쪽으로는 물어도 돼?"

 

아, 방금 조금 불쌍한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 취소다. 이 미친놈이 진짜 단어 선택하고는... 츄야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후후후, 웃던 다자이가 바닥에서 일어나 마주보는 자세로 츄야의 무릎 위에 타올라 앉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목을 끌어안고 귓가에 속삭거린다.

나도 케이크 못지않게 달달한 몸이라고 생각한단 말야. 케이크처럼 말끔하게 먹어치워줘.

그 목소리에 이번에 등골을 쭈뼛하고 달리는 것은 단순한 소름일까 아니면 성감일까. 입안이 괜히 바싹 마르는 느낌에 입술을 혀로 핥다가 눈이 마주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입술을 겹쳤다. 서로 맞닿는 미끌한 혀의 감촉에 체온이 오르고, 입천장과 혀뿌리를 쓸어넘길 때마다 다자이가 작게 떨면서 신음을 흘려댔다. 아까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적나라하게 질퍽한 소리와 숨소리가 방안의 정적을 깼다. 숨을 쉬기 위해서 잠시 떨어지는 그 틈도 참을 수 없는 기분이라 바로 따라가서 다시 입술을 겹쳐댄다. 하아, 산소 부족으로 가쁘게 올라간 숨이 입술에 닿는 느낌마저 이젠 찌릿하게 다가온다. 여러 가지 감정이 겹겹이 겹쳐 몽롱해진 눈동자가 바로 눈앞에 보인다.

 

“아아, 역시 난 너의 모든 것이 마음에 안 들어.”

 

“나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거친 숨이 느껴지는 거리. 코가 닿을 정도로 고개를 맞대고 있는 이 상황은 단순한 눈싸움 같은 게 아니었다. 방금 전까지 겹쳐져 있던 입술에서 내뱉는 말은 명백히 서로에 대한 거부이며 부정인데 어째서인지 사랑의 언어처럼 들리기도 한다. 다시끔 맞닿는 입술은 방금 전과는 다르게 부드럽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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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츄다자 참여글>주제 : 부정

+츄야 늦었지만 너무너무 생일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