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군 좀 수업에 제대로 나오게 해주세요.”
그 사람은 올해도 또 유급을 당할 생각인 건지. 저와 함께 졸업해주기만 해도 참 기쁘겠는데 말입니다. 걱정과 염려를 담아 쯧 하고 혀를 차며 말하는 안고를 보면서 예쁘게 말린 계란말이를 입에 집어넣던 츄야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걸 왜 나한테 말하는데?”
“이런 얘기를 나카하라군에게 안 하면 누구에게 합니까?”
오히려 의아하다는 듯이 되묻는 안고의 반응에 츄야는 할 말이 없어졌다. 오다사쿠인지 뭔지 매번 그 놈이 애타게 찾는 선생 있잖아, 그 놈한테 말하던가. 하는 말은 이상하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 입에 가져다 댄 팩 주스랑 같이 쭉 삼켜버렸다.
하고 싶은 말은 다 마쳤으니 전 그럼 이만, 하고 등을 돌리는 안고는 정말 미련없이 딱 할 말만 하고 계단을 내려간다. 일부러 그 말을 하자고 날 찾아 여기, 옥상까지 찾아온 것 일 테다. 저래보여도 사실 안고는 다자이를 꽤나 걱정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정말 상냥하고 좋은 놈이야. 그러니까 저렇게 선도 부장 직책을 맡아서 할 수 있는 것이겠지. 본인이 본인을 피곤하게 만드는 성격이라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다니는 것 같은데 수고한다고 나중에 먹을 거라도 사줄까, 하고 실없는 생각을 했다가 압수 당한 모자에 관한 일이 생각나서 관두기로 했다.
“야.”
입안에 든 것을 다 씹어 삼킨 츄야가 허공을 향해 말을 걸었다.
“야, 다자이. 네놈 거기 있는 거 다 알아. 지금 대화 다 들었지?”
옥상 출입구 외벽과 화단 사이의 사각지대는 다자이가 땡땡이 칠 때마다 잘 숨어 있는 공간이었다. 물론 날씨가 좋을 때 한정이지만. 오늘은 정말 좋은 봄 날씨고, 다자이는 2교시부터 보이질 않았으니 거기 아니면 양호실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뭐야아. 어떻게 알았어? 정말 이상하게 매번 감 만은 좋아.”
곧 부스럭거리면서 져지 차림의 다자이가 틈 사이에서 튀어나왔다. 목소리가 잠겨 있는 꼴을 보니 방금 전까지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휘적휘적 걸어와 옆에 붙어 앉는 체온이 자다 깬 사람답게 평소랑은 다르게 따끈하게 높았다.
“오늘 도시락 반찬은....계란말이랑 소고기 장조림이랑 우엉 볶음이랑...나 우엉 싫어, 츄야.”
내가 먹는 건데 네놈이 싫은 거랑 무슨 상관이냐. 속으로 생각하면서 다시 젓가락질을 시작하자 다자이가 입을 삐죽이면서 계란말이를 손으로 집어먹는다. 이젠 하도 많이 당하는 일이니까 그러려니 한다. 어느 정도 배를 채운 후니까 그냥 아예 도시락을 다자이에게 넘겼다. 이놈은 이렇게라도 먹이지 않으면 제대로 먹질 않고 분명 나중에 배고파 하고 있을 테니까.
“우엉 안 먹는다니까~.”
“먹지 마. 누가 먹으라고 입에 쑤셔 넣었냐?”
도시락의 내용물에 다시 불만을 표하는 다자이에게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대답하자 장조림을 우물거리면서 다자이가 얼굴을 찌푸린다. 간접흡연 결사반대야. 너도 담배 피잖아, 미친놈아. 사카구치가 직접 와서 저렇게 말하니까 수업 좀 제대로 들어라. 그렇게 영양가 없는 대화가 계속된다.
“5교시는 오다사쿠가 하는 수업이니까 제대로 들어가야겠다.”
오다사쿠. 오다 사쿠노스케. 다자이에게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남자. 그 남자가 이 학교에 교생으로 부임했을 때, 그걸 알게 된 다자이는 정말 기쁨이 지나치게 넘쳐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었다. 그 표정에 주위 공기가 달라질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이젠 다자이가 주위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오다 사쿠노스케에게 달라붙어 있는 것도 이 학교 사람들에겐 익숙한 일이다. 예전에 오다사쿠가 오늘 하는 수업을 전부 듣고 싶다면서 다른 학년의 수업까지 들어가려다가 제지당한 미친 짓까지 생각하면 단순한 미친놈인가 싶지만, 다자이 오사무를 건드리는 짓은 벌집을 건드린다는 표현이 딱이라 크게 브레이크가 걸리진 않는다. 잘못 건드리면 전체가 피해를 입는다. 모두를 위한 방관이란 그런 것이다.
아, 오늘 날씨 정말 좋네. 파란 하늘로 빨려 올라가듯 흔들흔들 사라지는 담배연기를 멍하니 보다가 잘 먹었습니다~ 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만족할 만큼 배가 찼는지 싱글싱글 웃는 얼굴색이 아까보다 좋아보인다. 우후후, 웃으면서 입술을 혀로 날름 핥는 모습에 머릿속 어딘가에 있는 스위치가 갑자기 찰칵, 하고 켜진 기분이었다.
고개를 들이밀고 그 입술에 내 입술을 가져다 대는 건 참으로 자연스러운 일 이였다. 분명 당하는 입장에선 갑작스러울 키스에도 다자이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주친 눈이 가늘어지면서 재미있다는 듯이 휘어졌다.
“담배 맛.”
다 좋은데 담배 피고 나서 바로 키스하는 건 그만둬 주면 좋겠어. 짧은 키스가 끝나고, 내 입술을 자기 입술로 가볍게 물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이며 웃는 놈은 매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직 손에 들고 있던 담배의 연기가, 두 사람 사이를 날아다닌다.
“츄야, 지금 어딜 보고 있는 거야?”
네가 먼저 시작했으면서 집중 안하지? 그대로 턱을 잡히고 다갈색 눈동자가 눈앞에서 시선을 맞춘다. 아, 이 녀석 속눈썹 참 기네. 뭔가 아무래도 좋을 그런 생각을 했다. 손을 뻗어서 볼을 쓰다듬자 스륵 기대면서 손에 볼을 부빈다. 고양이 같은 그 행동에 마음 한구석이 조금 뻐근해져 왔다.
내 것이 되면 좋을 텐데.
몸을 끌어당겨 안으면 저항 없이 안기고 어디를 만지면 느끼고 좋아하는지도 안다. 그렇지만 이 몸은 처음부터 내 것이었던 적이 없는 몸이었다. 우리의 이런 섹스 프렌드 같은 관계 또한, 아는 사람이 없다. 서로 죽이네 살리네 하는 앙숙인 건 사실이니까 다들 그렇게 표면적인 것들만 알고 있을 뿐이다. 다만 그냥, 몸의 궁합이 맞기 때문에 가끔 어울려주는 상대. 정의를 내리면 이런 것 일 테다. 우선 다자이 자체가 나와의 이런 관계가 가볍고 가벼우니 더 덧붙일 무언가도 없다.
이놈은 내가 왜 이리로 전학을 왔는지 단 한 번 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아마 없겠지. 없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이 관계 자체가 다자이의 단순한, 어느 날의 시간 때우기용으로 시작된 관계였고, 그 관계를 억지로 잡고 있는 것은 바로 나니까.
날이 너무 좋다.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성큼 다가온 봄은, 나에게도 언젠간 닿을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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