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다자/단편

[츄다자/조각글]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라덕 2018. 8. 15.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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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위에서 우연히 마주친 오늘의 다자이 오사무는 평소보다 한층 더 기분 나쁘다. 

─놈에게 자연적으론 절대 날 리가 없는 여자 향수 냄새가 풍겨왔기 때문이다. 

조금 전까지 한바탕 신나게 놀다 왔나 보군. 

부드럽고 향긋한 그 냄새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고 이질적으로 붕 떠올라,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재채기하듯 크게 숨을 내뱉었다. 그러자 놈은 의아하다는 듯 나와 눈을 맞춰온다. 고개 갸웃 거리지 마. 나한테 그런 짓 해도 하나도 안 귀여우니까. 

 

“어? 감기라도 걸렸어?”

 

걱정처럼 들리지만 느릿하게 즐겁다는 듯 말하는 이놈의 어투는 분명 걱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와아. 요새 감기가 독하다더니 츄야 같은 단순 바보한테도 감기에 걸리게 할 줄이야~!!”


역시나. 눈을 부릅뜨며 다자이를 노려보자 과하게 몸을 뒤로 뺀다.


“우와아, 무서워라! 가까이 오지 마~. 츄야도 걸리게 한 감기 바이러스라면 연약~한 나는 죽을지도 모른다구?”

 

몸을 양팔로 보호하듯 감싸며 작게 도리질 치는 놈에게 또다시 은은하게 향내가 퍼진다.


아──. 엄청, 마음에 안 들어.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팔은 이미 놈을 다리 아래로 밀어 버리고 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놀라 둥그렇게 떠진 눈이 허공에서 잠깐 마주쳤다 사라진다.

풍덩! 

큰 물보라를 일으키면서 시원스레 떨어지는 길쭉한 몸체.

예기치 못하게 흠뻑 젖은 다자이는 얕은 강바닥에 앉아 잠시 망연히 있다가 서늘하게 자신을 올려다본다.  


“…뭐하는 짓이야?”

 

물음에 대꾸 없이 아래로 훌쩍 뛰어내려 천천히 곁으로 걸어갔다. 걸음을 따라오는 시선에 별로였던 기분이 점점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내 입꼬리가 올라갈 수록 다자이의 눈빛은 가라앉아 간다.

아아, 난 역시 네 이런 표정이 좋다.


“꼴이 말이 아니구만.”

 

바로 옆까지 와 낄낄거리다 허리를 숙여 축축한 목덜미에 코를 가져다 댄다. 조금 전까지 신경을 거슬리게 하던 냄새는 사라지고 물비린내와 다자이 특유의, 살 냄새가 났다. 숨을 크게 들이쉬면 마음 속 어딘가가 충족감으로 뭉글뭉글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야 좀 마음에 들게 됐네.”


이런 감정을 과연 무어라 정의할 수 있을까.